독일방문기

최부군

 

2003년 5월 5일

새벽 2시 50분. 미리 맞춰둔 텔레비전 소리에 잠을 깼다. 여행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미리 찾아서 정리해 둔 엑셀 파일을 프린트 하고 가볍게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차를 기다리는데 지각이다. 여차하면 다른 미니 캡 회사에 전화를 하실 태세다. 전화로 확인을 해 보니 5분 정도 늦을 거란다. 집의 사람들도 모두 깨어 있다. 오랜만의 여행탓이기도 하지만 마음으로 좋은 일이 있기를 성원하고 있을 것이다. 차가 왔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차는 한산한 새벽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여행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여행 기간도 닷새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내실 있고 보람 있는 여행을 하고자 재삼 결심했다. 긴장감까지 도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어 M11 Motorway위를 80마일 속도로 달려 금방 공항에 도착했다. 전화로 티켓 예약 확인을 못한 것이 내심 불안하다. 04시 10분. Boarding Pass를 받기 위해서 카운트 앞에 줄을 섰지만 아직 직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니 2~3시간 일찍 공항에 나와야 한다는 항공사의 말이 가소롭게 느껴진다. 예약 확인 걱정을 했지만 아무 탈 없이 열번째로 Boarding Pass를 받고 여유롭게 라운지로 향했다.

별로 많지 않은 가게들 가운데에서 아직 이른 시각이라 열리지 않은 곳도 더러 보였다. 미리 환전을 해 놓지 않아 일주일 베를린 전철 티켓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환전하시자고 한다. 환율 자체도 좋지 않았지만 한참을 기다려 환전을 하고 보니 Commission까지 2파운드나 가져갔다. 미리 환전을 해 두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후회시다. 곧 출발 게이트로 향했다.

49번 게이트의 입구 앞에 앉았다. Ryanair의 경우는 좌석 번호가 없는 관계로 선착순 입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쪽에 만들어진 조그만 통로가 자꾸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다. 탑승 준비 방송이 있자 아니나 다를까 그 쪽으로 뛰어가신다. 다른 몇몇 사람들도 그 쪽으로 모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래 입구로 가서 줄을 섰다. 그 쪽 통로는 승무원용인 모양이다. 저쪽으로 돌아가라는 직원의 손짓이 보였다. 어쨌든 좋은 자리를 잡아 앉았다.

비행기는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입국 심사하는 군인이 까다롭다. 출국장을 나오니 일단 막막하다. 지하철을 가르키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으니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셔틀 버스처럼 보이는 버스에 타서 다시 옆 사람에게 확인을 하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앉았다. 작심을 하고 기다렸는데 버스는 1 ~ 200 미터 가서 선다. 기차역 같이 생긴 건물들이 보인다. 일단 지하도를 건너야 하는가 보다하고 내려 갔더니 플랫폼의 번호들이 보인다. 티켓을 사야 하는데 어딘지를 몰라서 또 물었다. 다시 계단 위로 올라가야 했다. 옷 가방을 짊어지신 여래님 모습이 걱정된다. 데스크에 앉은 푸짐한 독일 여직원이 앉아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일주일 표를 44유로를 주고 두장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5번 플랫폼에 가서 기차를 타라고 한다. 몇번을 Ostbahnhof라고 외친 결과이다.

5번 플랫폼에 와서 또 확인을 한다. 젊은 학생같아 보이는 남자가 있었는데 목적지에 가는 기차가 2분 뒤에 온다고 한다. 기차가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지하철이나 전철의 모습하고는 사뭇 다르다. 기차가 출발하고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2층으로 된 기차였는데 일단 2층으로 올라가신다. 따라가서 앉았는데 저만치 웬 남자가 앉아있다. 가서 기차가 Ostbahnhof에 가냐고 물으니 두 역만 가면 된다고 한다. 전철로는 열개의 역을 가야하는데, 아무튼 잘 된 일이다.

Ostbahnhof역에서 내려 민박 주인의 말대로 11번 플랫폼 쪽의 출구로 나와서 민박집이 있는 건물을 찾으려니 보이지 않는다. 맥도날드 옆에서 전화를 하라는데 또 걸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다. 전화를 하니 메일로 알려준 말만 되풀이 한다. 일단 다시 나왔다. 20층짜리 건물이라는데 바로 앞에 6층 짜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을 열어보니 열리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물을 돌아 보니 저만치 20층짜리 건물이 하나 보인다. 찾았다. 역에서 나오는 출구가 세곳이 있는데 한쪽 끝으로 나와야만이 건물이 바로 보인다. 다른 두 곳으로 나와서는 6층짜리 건물이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민박집에 도착했다. 괜찮아 보인다. 여래님도 마음에 들어하시는 눈치다. 그런데 주인의 인상이나 말투가 의심스럽다. 무언가 모르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다. 베를린 시내를 가이드 해 주기로 했는데 연변에서 온 여자가 인대를 다쳐서 병원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고 12시쯤 들어온다고 하고 나간다. 일단 점심을 하자는 말씀에 라면을 끓인다. 가져온 새우 튀김을 넣어서 먹으니 그야말로 튀김라면이다. 잠시 쉬는데 한시가 다 되었는데도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다. 조건 다 갖추고 어떻게 세상일을 하느냐시며 길을 재촉하신다. 정말 오랜만에 넥타이를 메고 길을 나섰다. 처음부터 막막하다. 미리 신문사 이름은 뽑아 왔는데 주소를 찾는 것부터가 감감하다. 역안의 안내 데스크로 갔다. 아저씨인데 영어가 서툴다. 15분여의 실랑이 끝에 두 정거장을 가면 신문사가 있는 빌딩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출발을 했다. 내린 역은 이미 아시는 곳인 모양이다. 10년 전에도 한번 오셨는데 바로 앞에 광장에서 살았다고 하신다. 또 안내 데스크를 찾았다. 이번에는 영어가 더 서툴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도중에 가게 주인한테 물으니 신문 이름을 보더니 한 건물 위를 가리킨다. 찾았다. 건물 위에 신문사의 이름이 적혀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회전을 하고 있다. 그 쪽으로 가고 있자니 한 중년의 여자가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고마운 여자다.

오후 2시 신문사 현관을 들어섰다. 중년의 경비원이 둘이 있다. 영어를 못한 것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한참을 실갱이를 하는데 웬 여자가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편집장을 만나자는 통역에 경비원에게 어딘가에 전화를 해 줄 것을 요청하고는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세상을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중요한 정보를 알리고 베를린에 살고 있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소개받기를 원한다.” 무언가를 느꼈던지 그 여자는 자기가 일하는 신문사 보다는 건물 내의 다른 신문사가 더 적당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경비원에게 다른 곳에 전화하기를 요청한다. 얼마 후, Berliner Zeitung 이라는 신문사의 편집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로서 기사가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으며 베를린 내에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니 소개를 해 달라.” “오후는 다음 날의 신문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기자는 어떤가?” “다른 기자들도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내일 오전은 어떤가?” “내일도 시간이 없다.” 진정으로 중요하고 바빠야 할 일을 두고 저들은 왜 저렇게 바쁜 것인가?

또 다른 신문사가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물어보니 길 건너 편에 Junge Welt라는 신문사가 있다고 한다. 들은대로 머뭇머뭇 가다보니 입구가 보인다.

오후 3시, Junge Welt 신문사 입구를 들어서니 그렇게 큰 신문사는 아닌듯 경비는 없다. 통로에 들어서서 지나가는 여자에게 물으니 당황하며 누군가의 방으로 인도한다. 대화 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기자는 국제 정치 담당 기자였다. 베를린에 온 이유와 신문사의 방문 목적을 말하자 자기는 적절한 사람이 아닌 듯 하다며 담당자를 찾아주겠다고 나간다. 다녀와서는 담당자가 시간이 없어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연락처가 마땅치 않아 멧세지를 담당자에게 전해주고 의견을 물어달라고 부탁하고 내일 확인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 신문사를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첫날부터 반응이 황망하다. 생수 등 몇가지 식료품을 사기 위해 수퍼마켓을 찾았으나 백화점 밖에 없다. 길거리에서 젊은이에게 물으니 저쪽에 있다고 한다.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 걷다보니 보이지를 않는다. 또 다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묻는다. 지나쳤다. 건물 내에 조그만 쇼핑 타운이 있는데 그 속에 있단다. 생수, 우유 등을 사서 돈을 내는데 계산보다 많이 나왔다. 당황해서 물으니 계산대의 여자는 영어를 하지 못한다. 계산대에서 줄을 기다리던 여자가 설명을 해준다.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서 플라스틱 병 값을 미리 받고 나중에 병을 돌려주면 돈을 환불해준다고 한다.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독일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쇼핑한 것을 정리하고 여래님께 생수를 드리려는데, 아뿔사 생수가 아니라 스파클이다. Minerale Wasser라고 정확하게 씌어져 있길래 산 것인데… 어쩔 수 없은 일이라며 한잔 들이키신다. 죄송, 황망…

가져 온 베를린 공대 한인 학생회 회장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다시 나왔다. 회장과는 통화를 하지 못하고 부회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집으로 하니 연결이 되지 않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데 요금이 장난이 아니다. 60센트를 말도 제대로 못하고 날려 버렸다. 역 안내 데스크에 물어서 5유로짜리 전화카드를 구입했다. 공중 전화기에 꽂고 전화를 하는데 도무지 전화가 안된다. 안내 데스크에 물으니 다른쪽 전화를 이용해야한다고 한다. 모르면 속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먼저 물어보지 못한 죄로 그 값을 톡톡히 치렀다. 비싼 통화료를 지불한 부회장과의 통화는 고작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건은 회장과 통화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만 듣고 말았고 저녁에 회장과 통화하라고 해 간접 약속을 잡았다.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인이 저녁에 중국 친구를 초대해서 시장을 보러 간단다. 가까운데 수퍼가 있다니 오후에 수퍼마켓을 찾아서 한참을 고생한 일이 억울하다. 알고 보니 가까운데 가게가 있었다. 기차역 지하였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내려가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간판이 보인다. 정말 반갑다. Lidle이다. 알고 보니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수퍼 마켓 브랜치라고 한다. 생수 6 병을 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병 값을 받아간다.

쇼핑을 가던 도중 민박 주인의 신상을 조금 알 수 있었다. Humbolt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한다.

민박으로 돌아와 잠깐 동안 휴식을 취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이리저리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지칠만도 하다. 잠이 들었는데 다시 일어나니 저녁 여덟시가 넘었다. 부엌으로 나가보니 주인 내외가 식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초대한 손님이 오지 않은 듯 하다. 라면을 끓이려고 하니 준비한 음식이 남았다며 차려준다. 비빔밥이다. 라면을 같이 끓여 먹는데 비빔밥이 너무 달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여래님 말씀을 반찬 삼아 열심히 먹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여래님께서는 주인과 여담을 나누셨다. 대화 중에 주인이 특별히 속한 교회가 없이 활동을 하고 있는 전도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그랬구나. “열심히 사역을 하는 동안에는 힘든 것이나 허망함을 모르지만 그 사역이 끝이 나고 나면 모든 것이 부질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인데…”

배낭 여행을 하는 한국 학생이 한명 와 있다. 예약할 당시에는 두 사람만 따로 방을 준다고 약속을 했는데…

다시 역으로 나와 베를린 공대 한인 학생회 회장과 통화를 했다. 만날 약속을 하기는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는 목소리다. 얼마나 소중한 기회가 될 것도 알지 못하고. 그렇게 첫날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2003년 5월 6일

아침은 토스트를 기대했었는데 볶음밥이다. 어찌 되었건 여래님께서 밥으로 아침을 드실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오전에는 로만 카톨릭 성당에 가서 비숍을 만나기로 했다. 시간당 6유로를 주고 주인을 가이드로 고용했다. 주인은 아침에 약속이 있다며 9시 50분에 비숍관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나갔다. 비숍관까지 가는 길은 미리 들어서 대략은 알고 있던 터라 나가자고 하신다. 어제 신문사에 갈 때 내렸던 역이다. 한번은 가 본 역이라 기본적인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버스를 타자고 하신다. 모르는 지역이라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으니 목적지로 간다고 한다. 거의 목적지에 왔다 싶어 버스를 내렸더니 잘못 내렸다. 한 정거장 더 갔어야 했는데.

200여 미터를 걸어가서 지나가는 여자에게 물으니 앞에 보이는 국립 오페라 하우스 뒤에 있단다. 돔 형식의 건물이 있는데 내부는 그냥 교회처럼 보인다. 신부도 보이지 않고 청소부 밖에 없다. 밖으로 나와 뒤로 돌아가보자는 말씀에 돌다가 기계 수리 하는 사람이 있어 비숍 관저를 묻는데 잘 모르는 듯하다. 지나가는 중년의 여자가 있어 물어보니 선뜻 어디로 향한다. 여래님께서 저 건물이라고 지적하신 바로 그 건물이다. 누군가와 인터폰으로 통화를 하더니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고마운 여자다.

계단을 오르고 있으려니 요란한 발소리가 들린다. 마중을 나오는가 보다. 우리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나는 세상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비숍이 내가 가진 지식을 얻게 된다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비숍의 비서이니 나와 만나게 해 달라.” 독일에는 비숍을 카디날이라고 불렀다. 카디날의 비서는 카디날이 바빠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멧세지를 건네 주면서 세상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직접 카디날에게 멧세지를 전해주고 만날 것을 요청하라고 했다. 오후 5시 이후에 전화로 확인을 하기로 하고 그곳을 나왔다.

돔 앞에는 아직 집 주인이 와 있지를 않다. 혹시나 모르니 돔을 한바퀴 돌아보라는 말씀에 한바퀴 돌아보는데 제자리로 돌아오니 주인이 와 있다. 카디날이 여래님을 함부로 만나지 못하는 이유와 그가 하고 있는 일의 진실에 대해서 설명을 하신다. 왔다갔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앞에서 사진 한장 촬영.

카디날 관저에서 길 건너편에 Humbolt 대학이 있다. 훔볼트 총장실로 가자고 하신다. 대학 정문을 들어서니 헌책을 늘어놓고 팔고 있다. 보기가 좋으신지 이런 것을 보는 것이 바로 관광이라고 하신다.

오전 10:00시. 어제 방문했던 신문사에 다시 확인 전화를 했다. 한쪽은 신호만 울리고 전화는 받지 않고 다른 쪽은 통화 중이다. 일단 포기를 하고 총장실을 찾아 나섰다. 본관 2층으로 계단을 오르다 보니 칼 마르크스의 상이 보인다. 2층으로 오르니 그럴듯한 사무실들이 보인다. 부총장 비서실로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다. 여비서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 우리를 다른 사무실로 인도를 했다. 여래님께서 자신을 소개하시고 방문 목적을 말하자 국제 관계 담당자는 따로 있다고 하면서 다른 사무실 두곳의 위치를 적어준다. 국제 관계 담당 부총장 사무실을 방문하니 그는 출장 중이라고 한다. 옆 방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국제 관계 아시아 지역 및 다른 여러 곳을 담당하고 있는 여자가 찾아와서 다시 용무를 묻는다. 재삼 설명하자 그 여비서는 철학과 교수를 한명 추천할 수 있다고 하고는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돌아와서는 지금은 연락이 안 되어 나중에 연락을 달라고 한다. 연락처를 받고 사무실을 나왔다.

근처에 가 볼만한 큰 교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집 주인은 가까운 곳에 큰 마틴 루터 교회가 있다고 한다. 독일의 개신교 가운데에는 마틴 루터교가 주류인 듯 하다.

잠시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많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 이런 곳을 찾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비원과 한참을 속닥거리더니 어디론가 안내를 한다. 한 사람을 소개 받고 자리에 앉았다. 자기는 교회 관리 담당 대표라고 한다.

“이 교회는 독일에서 가장 큰 교회이다. 무슨 용무로 이렇게 찾아 왔는가?”

“이 교회는 어떤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가가 알고 싶다.”

“당신들은 일본 사람인가?”

“어떤 종교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지만 다른 종교들은 그 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 과연 당신이 속한 종교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

“우리의 종교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먼저 일본에 있는 개신교에 가입해서 그곳의 종교를 배우고 그리고 나서 그 곳을 통해서 우리와 접촉을 시도하라. 그 이상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지금 바쁘다.”

“어떤 종교에서는 나에게 아주 좋은 대접을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종교들도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나쁜 대접을 하고 있다.”

쫓기다시피해서 뒷문으로 교회를 나왔다.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해서 자기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진리를 밝히고자 하는 깨달은 자의 길은 오늘과 같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신문사 기자와의 미팅 가능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직접 신문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Junge Welt 신문사를 다시 방문하니 어제 만났던 기자는 자리에 없다. 다른 직원이 편집장에게 안내한다. 편집장이 영문을 몰라해서 자연과학학회 회장의 비서 및 통역으로서 학회 회장이 가진 정보가 기사가 될 수 있는지 확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고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편집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어제 만났던 기자가 돌아왔다. 동료에게 멧세지를 전했더니 만날 의향이 없다고 한다. 만나기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준비해간 다른 신문사와 방문할 만한 잡지사의 위치를 편집장에게 물었다. 싫지 않은 표정으로 잘 설명해 준다. 대형 신문사의 위치만 확인한 채 Junge Welt 신문사를 나왔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점심을 먹기위해 돌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이 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단체의 인사들은 문지기들이나 비서들 뒤에 숨어서 만나기 어렵다.

민박으로 돌아오니 문 앞에 웬 여자애가 퍼져 앉아있다. 민박집을 찾아온 모양이다. 붙임성이 무척 좋다. 말 상대가 생긴 터라 여래님도 좋아하신다. 라면도 세개를 끓이기로 했다. 라면을 끓이면서 귀는 계속 대화를 듣고 있다.

“너 혹시 종교가 있느냐?”

“옛날에 교회 다녔는데 요사이는 게을러져서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너 혹시 성령을 받았느냐?”

“예”

“성령이 교회에 안 나가면 괴롭힐텐데…”

“예. 그래서 맨날 싸우고 있어요.”

오후 3시 15분. 식사를 하고 오전에 방문한 훔볼트 대학의 아시아 국제 관계 담당 비서에게 철학과 교수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자기가 추천하는 교수는 1주 동안 출장을 가서 만날 수가 없고 더 이상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노력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제 약속한 베를린 공대 한인 학생회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 베를린 공대로 향했다. 대학 앞의 지하철 역을 나서니 일단의 무리가 전단지를 나누어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추후 여래님 방문 시를 위해서 본관의 위치를 알아 두기 위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는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 대학 학생인가?”

“아니다.”

“혹시 이 대학의 본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있다.”

“고맙다.”

“잠깐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여기에 있다.”

“무엇인가?”

“우리는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잉?!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한다고? 이것 봐라.’ “그래?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구한다는 말인가?”

“지금 온 세계가 경제적으로 파산의 지경에 이르러있다.”

“그것이 무슨 뜻인가?”

“미국의 Larouche라고 하는 민주당 상원 의원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관해서 연구하고 주장을 해 왔다. 현재 미국 내의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가 이미 도산의 상태에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고 추가 전쟁도 계획하고 있고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 사람의 이론은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상의 일이라고 하는 것이 일어나는 일에 의해서 그 결과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데 그 사람이 그려 놓은 청사진 대로 일어나 주겠는가?”

“그럴 것이다.”

“또 전쟁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전쟁은 다 나쁘다는 말이냐?”

“그렇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사랑은 사라지고 증오만 남았다. 그래서 전쟁도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사랑이 사라지고 있다고?”

“그렇다.”

“당신은 무엇을 두고 사랑이라고 하는가?”

“사랑은 가장 낮은 차원의 욕구와 같은 본능적인 사랑과 사람과 사람 사이, 즉 부모와 자식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과 가장 높은 차원의 아가페 적인 사랑이 있다.”

“사랑에 대해서 물었더니 당신은 사랑을 세개로 쪼개어 놓았다.”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상 당신이 말한 첫번째와 두번째의 사랑은 누구한테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들이다. 성인들이 배울 필요도 없는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고자 하였겠는가?”

“그렇다.”

“당신이 설명한 첫번째와 두번째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대신에 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그러면 당신이 말한 가장 높은 차원의 사랑이 아직 남아있다.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고 당신은 그 사랑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겠는가?”

“세익스피어라고 하는 위대한 극작가가 있다. 그 사람의 작품 가운데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명작이 있다. 그 연극 속에는 증오로 가득찬 두 가문 사이에서 두 젊은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그 연극을 보고 나면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하게 된다.”

“어떻게 변화한다는 것인가?”

“사랑이 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니 사랑이 어떤 것인데 어떤 변화를 어떻게 일으켰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미안하지만 스웨덴에서 친구가 왔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 대화할 수 없겠는가?”

“친구가 기다린다니 가봐야 하겠지. 한가지만 당부해도 되겠는가?”

“그렇게 하라.”

“당신은 지금 그 미국 상원의원의 이론이 단순히 그럴듯 하다고 해서 스웨덴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럴듯 하고 멋진 이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실 속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그 일들이 어떠한 원칙 속에서 그 결과를 맺게 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 사람이 과연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확인을 해 보기 바란다.”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식의 대화는 처음 해 보았다. 유익한 대화였다.”

약속 시간이 되어 베를린 공대 한인 학생회 회장을 만났다. 찻집에 가자고 한다. 사람을 만나서 차 마시는 돈은 아끼면 안 된다는 말씀을 떠 올리며 찻집으로 따라 갔다. 하지만 찻 값이 얼마나 비쌀런지 걱정이다.

오후 17:20. 학생 전화로 Cardinal 비서인 Christoph J. Karlson에게 전화를 걸어 Cardinal과 만남이 가능한지 확인을 하였으나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오후 18:30. 학생들과의 만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주제, 시간, 장소, 주최, 등)을 E-Mail로 통보를 해주기로 하고 회장과 헤어졌다.

 

2003년 5월 7일

오전 10:00 가이드와 함께 Springer Verlag 방문. Florian Fetscher을 만남. 멧세지를 편집장에게 전달 요청. 근처에 있는 Die Tageszeitung을 소개.

오전 10:30 Die Tageszeitung 방문. 편집장 Bascha Mika와 만났으나 상당히 불친절. 기자를 추천해 주었으나 비웃기만 함.

오전 11:30 Free University 총장실 방문. à 총장이 철학 센터 위치를 가르쳐 줌.(지도)

정오 12:00 총장이 표시한 위치를 찾아가다가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어 지나가는 학생에게 묻자 그 건물이 철학 센터라고 함. 안으로 들어가 학생에게 철학과 교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자, 교수는 잘 모르고 학생이지만 철학을 20년 공부한 학생을 소개해 주겠다고 함. 그 사람이 하는 말. “철학을 이야기 하는데 왜 수학을 말하는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성령을 받았다는 여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 일본에 스승이 있다고 하는 불교 신자인 학생과 대화. 말씀은 좋지만 자기는 일본 스승을 따른다고 함.

오후 01:30 자유 대학 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

오후 02:20 다시 철학 센터. 철학 센터에 들어서자 동양인이 보여 한국 사람임을 묻자 그렇다고 해서 교수를 만날 수 있게 도움을 청하자 비서의 사무실로 인도해 줌. 그 사무실의 여비서가 영어를 못해서 다른 여비서가 옴. 사무실을 옮겨서 교수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서 여러 곳으로 연락을 하지만 쉽지가 않음. 철학과 주임교수의 비서 연락처를 받고 다음날 미팅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로 함. (Mrs Gumbel (Tel. 838 55822) Secretary of Prof. Gebauer)

오후 03:00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다시 그 한국 사람을 만나 50여 미터 떨어진 공원에 가서 설법. 그 사람이 부군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무슨 활동을 하며 멤버는 몇 명인가 등. 설명을 해 주었더니 행운을 빈다면서 바빠서 가야 한다고 자리를 떠났다.

오후 03:30 돌아가려는데 철학 센터 앞 잔디밭에 남학생 세명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중 한명은 처음 만났던 학생이다. “과거의 철학은 모든 학문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오늘의 철학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교수들은 철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가르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배우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멧세지를 전달하고 관심이나 질문이 있다면 연락을 하면 된다고 하고 헤어짐.

 

2003년 5월 8일

오전 10:30 자유 대학 철학과 주임 교수 비서에게 전화하여 미팅이 가능한 지 여부를 확인함. 한 주 동안 출장 중이라 미팅이 불가함. 방문할 만한 Magazin을 찾았으나 본부는 모두 다른 도시에 위치하고 있음.

오후 01:30 베를린 공대를 방문. 공대 입구 지하철 역을 나서니 세계의 파산 운운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 한 사람과 대화. 한참을 세상 일의 진실에 대해서 설법을 하셨으나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세상 일을 안다고 해서 지도자와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만남이 가능한 지 전화하기로 함.

오후 01:40 대학 본부에서 철학과 위치를 확인하였다.

오후 01:50 철학과 방문. 철학과 주임 교수가 강의 중이라 2시에나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 건물 20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12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주임 교수 방이 어딘지를 몰라 찾는 사이, 여래님은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벌써 “헬로우”를 외치고 계신다. 이태리에서 온 학생들이다.

“여기서 배운 것이 있으면 말해보라.”

“우리는 이 학교에 온 지 얼마되지 않는다.”

옆에서 게시판을 보고 있는 독일 학생이 있다. 그 학생과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한 한 교수가 자기가 철학과 주임 교수인데 자기를 찾아온 동양 사람 2명이 당신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 방으로 인도한다. 여래님께서

“나는 모든 철학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이며 많은 유익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교류와 협력이 있기를 원한다. 잠시 철학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철학에 대해서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동양 철학에 조예가 있는 교수를 소개해 줄테니 그 쪽으로 가 보라.”

그러겠다고 하니 교수 이름이며 지도를 복사해서 준다.

학과장 사무실을 나오니 아까 이야기를 하던 훔볼트 대학 학생이 아직 있다.

“내가 당신 학교의 철학과 교수들과 만나서 철학에 대해서 논쟁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당신도 많이 배울 수 있다. 내일 오전에 만나서 교수들과 만나 보겠는가?”

“예”

“그러면 내일 오전 10:00시에 훔볼트 대학 본관 입구에서 만나자.”

오후 02:40 주임교수가 알려준 건물에 도착해서 4층으로 올라가 문이 열려있는 여자에게 말을 거니 주임 교수가 소개한 2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자기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철학에 대해서는 Schnell 교수를 만나라고 한다. 그가 자기 사무실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를 그의 사무실로 인도한다.

Schnell 교수는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임 교수는 말했었다. 여래님께서는 공자의 가르침은 위선이며 참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교수는 유교는 철학이 아니며 그 가르침의 결과 또한 시대에 따라 적용의 효과가 다르다는 말을 한다. 다시 그 부분에 관하여 설명을 하시고 문제와 원칙 중심에 의한 철학의 연구가 중요하다는 말씀 등의 설법을 하니 끝까지 주의 깊게 경청을 한다. 반응이 마음에 드시는지 멧세지를 주라고 하신다. 멧세지를 한 번만 읽지 말고 열 번 넘게 읽어 보고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당부하셨다. 그 교수는 친절히 알겠다고 말씀 감사한다고 했다.

 

2003년 5월 9일

오전 10:00 훔볼트 대학 본관 앞에서 Martin Hagemeier를 만났다. 훔볼트 대학은 법률과 철학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철학과 학생은 1500여명에 달하며 6~8 명의 교수가 있다고 한다. 몇몇 교수의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금요일이라 비서들만 나와있고 교수들은 집에 있다고 한다.

여래님께서는 Martin을 붙들고 앉아 한참 동안 설법을 해 주셨다. 세상 속의 일들에 대해서며, 다가올 미래의 일, 친구가 되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같이 하자는 제안 등. Martin은 큰 거부 반응없이 때때로 질문도 하면서 조용히 경청했다. 헤어지면서 좋은 말씀에 대해서 감사하고 또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오후 02:00 다시 자유 대학의 철학 센터로 향했다. 센터 내에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사람에게 교수냐고 물으니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그 교수라고 지목을 받은 사람은 영어도 잘 하지 못했으며 강의를 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정식 교수는 아닌 모양이다. 다른 교수를 소개해 주겠다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강의실로 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게시판을 보고 있는 남녀가 있다. 학생은 아니지만 철학 강의를 듣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철학을 가르친다는 사람들의 진실을 말씀해주셨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그 옆에 중년의 여자가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철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철학은 쉽게 가르치고 쉽게 배워야 한다. 어렵게 배우지 말라.”

“무언가를 안다고 하는 사람은 의심해야 한다고 배웠다.”

“단순히 의심하기 보다는 진실을 확인을 해야 한다.”

차를 마시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철학은 문제와 원칙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답은 이미 문제 속에 정해져 있다.”

“정해진 답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여기 철학과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기 전에는 정해진 답이 존재한다고 믿었었지만 공부를 한 후인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현재의 교육의 진실이다. 현대의 사회에서 사람이 고등 교육을 받게 되면 진실의 확인은 외면하고 말을 만드는 기술만 배워서 거짓말을 진실같이 잘 하게 될 뿐이다.”

“대화를 하면서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조금은 배운 것 같다.”

이전에 진행되는 강의가 끝이 나고 사람들이 나왔다. 그 속에는 그제 만났던 학생도 끼어있다. 다른 한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을 두고 철학이라고 한다고 배웠는가?”

“그것은 올바른 질문이 아닙니다.”

“그러면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도 올바른 질문이 아닙니다.”

오늘의 철학은 있는 일의 진실 규명이나 그 길을 가르치지 않고 말을 잘 만드는 방법과 그 방법을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법만 가르치고 있다.

실상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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